복수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봉준호·박찬욱이 선택한 그 영화

우리는 때때로 이런 고민에 빠집니다.
“폭력적인 이야기를 예술로 소비해도 괜찮은 걸까?”
혹은 “잔혹한 서사가 주는 감정은, 단순한 자극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복수는 나의 것

참혹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질문 – 인간의 본질을 마주하는 영화

이런 의문은 누군가의 고통을 ‘이야기’로 바라볼 때마다 더욱 커집니다. 하지만 어떤 영화는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합니다. 현실보다 더 차갑게, 동시에 더 깊이 있게 인간의 본성을 파고들며 말이죠.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은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단순한 범죄물도, 익숙한 스릴러도 아닌, 차디찬 렌즈로 들여다본 인간 존재의 그림자.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각각의 대표작에서 이 영화를 언급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폭력과 감정, 그리고 진실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이 영화는 독보적인 기준이 됩니다.

인간의 본질

1.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드러나게 만드는 구조

영화는 연쇄살인범에 노키즈의 체포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그는 차에 실려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합니다. 이 순간부터 영화는 ‘드러내기’보다는 ‘조금씩 열어가는’ 방식을 택합니다. 대부분의 전개는 취조실에서 그의 증언으로 풀어지며, 과거의 조각들이 시간 순서가 아닌 감정의 흐름대로 이어집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원래 선형적이지 않기에, 관객은 퍼즐 조각처럼 뒤엉킨 회상 속에서 점차 인물의 본질과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2. 충격을 넘어선 묘사 – 잔인함의 ‘의도된 무감각’

에 노키즈가 처음 저지르는 살인은, 단순한 충격을 넘어선 의미를 품습니다. 그는 동료를 살해하고, 손에 묻은 피를 자신의 소변으로 닦아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이 인물이 가진 도덕적 결핍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의도된 무감각

죄책감이 결여된 살인, 망설임 없는 폭력. 이마무라 감독은 이를 과도하게 연출하지 않고, 오히려 무심하게 담습니다. 이 ‘거리두기’야말로 오히려 관객을 더욱 깊은 불편함과 공포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3. 파괴와 연결 사이 – 인물들 사이의 흔들리는 감정선

영화의 중심은 에 노키즈이지만,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긴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가 도주하는 78일 동안 만나는 사람들—가짜 신분으로 속이는 교수, 변호사 행세, 그리고 결국 사랑하게 되는 여인 하루는 모두 어딘가 결핍되고, 어딘가 무너진 존재들입니다.

파괴와 연결 사이

하루는 그가 살인자임을 알면서도 경찰로부터 숨겨줍니다. 이 장면은 사랑조차도 일그러진 채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복수나 범죄의 연쇄 너머에 있는 감정의 복잡성, 그것이 이 영화가 단순한 범죄 서사로 머물지 않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복수는 나의 것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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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감 대신 관찰 – 거리감으로 완성되는 미학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극적인 감정의 동요나 눈물겨운 장면을 의도적으로 배제합니다. 오히려 그는 에 노키즈의 행동을 조용히, 냉정하게 기록합니다. 카메라는 그의 눈이 아닌, 그의 행위와 그것이 파고드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집중합니다.

이 다큐멘터리적 접근은 관객으로 하여금 직접 ‘판단’하게 만듭니다. 그는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그를 감싸는 사람들은 왜 침묵했을까? 영화는 관객에게 정답을 제시하지 않으며, 대신 하나의 거울을 내밉니다.

5. 이 영화를 왜 봐야 할까 – 잔혹한 아름다움 속에서 피어나는 통찰

이 작품을 단지 ‘연쇄살인범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그 안에 담긴 성찰은 너무나 깊습니다. 일본 사회의 구조적 병폐, 인간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고립되고 타락하는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예술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아주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합니다.

잔혹한 아름다움 속

잔혹한 아름다움 속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준 어두운 감정의 여운, 박찬욱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에서 풀어낸 도덕의 역설—그 뿌리 깊은 영감이 바로 이마무라 쇼헤이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당신은 이 영화를 봐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예술이 폭력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영화는 반드시 한 번은 마주해야 할 작품입니다.

영화를 봐야 합니다

잔인하지만 아름답고, 차갑지만 뜨거운, 무정하지만 진실한 이야기. 복수는 나의 것은 질문을 던지고, 관객이 그 질문과 함께 오래도록 살아가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단 하나의 물음일지 모릅니다.
“이토 차가운 복수가, 이렇게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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